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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멘토링

by Nomad Designer 2022. 1. 20.

2022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코로나로 집안에 틀어박힌 후 시간 감각이 없어졌어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건지, 난 집에만 있었는데 벌써 두 해를 넘겼네요. 

 

독자분들은 팬데믹 이후 지난 2년간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저는 집에만 있었다고 생각하는데도 돌이켜 보면 제 삶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고 벌려놓은 일도 수두룩 하네요. 

 

UX 디자이너로서 가장 큰 변화들 중 한가지는 멘토링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이에요. 일주일에 3시간, ProductHired.com이나 Adplist.org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거나 쌓아가고 있는 친구들과 화상전화로 질문에 답도 해주고, 필요할 땐 포트폴리오 리뷰나 디자인 크리틱 같은 서비스도 해주면서 그들이 원하는 직장이나 커리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서포트해주고 있습니다.

 

처음 멘토링을 시작한 계기는 LinkedIn 에서 갑자기 일주일 사이에 4-5명의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디엠으로 상담 신청을 하면서 였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며 "혹시 괜찮다면 전화로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물어봐도 될까?"라고 연락이 왔었죠. 그렇게 한두 명 전화 약속을 잡고 상담을 해주다가 ProductHired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는 걸 알게 되고 멘토로 가입을 하게 됐습니다. 

 

최근 그동안 멘토링 했던 친구들 프로필을 살펴보니 절반 가량이 UX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1-3년 차 디자이너들이에요. 보통 멘토링이 필요한 친구들이 앞서 얘기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LinkedIn, 아니면 로컬 UX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며 연락을 주면 제가 스케줄을 컨펌하고 약속한 시간에 화상전화로 미팅을 하죠. 첫 만남에는 보통 묻는 질문들이 비슷한 거 같아요. 

 

멘티와 첫 만남에서 자주 듣는 질문들과 그 답을 나눠볼게요. 

 


1. 나는 어떻게 UX 디자인을 하게 되었나? 

저는 디자인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어요. 순수 미술을 전공했죠. 디자인이 뭔지도 몰랐고 User Experience 라는 용어는 들어본 적도 없었어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대기업의 IT부서였어요. 당시 제 매니저는 순수 미술과 디자인의 차이를 몰랐고, 저한테 UX 관련 업무를 던져줬죠. 저는 팀에서 같이 일하던 시니어 UX 디자이너를 따라다니며 처음 UX 디자인을 접했고 대충 디자인하는 흉내만 냈던 것 같아요. 
그 후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몇개의 직장을 거치면서 필요한 지식과 스킬들을 배워나갔어요. 주변을 봐도 정말 흔하지 않은 케이스이고, 어쩌다 입문한 커리어가 적성에도 잘 맞으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2.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UX 디자이너의 자질은?

UX 디자이너라는 직책은 정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요. 회사마다, 조직의 문화마다, 프로젝트의 성향마다 요구되는 UX 디자이너 상이 다 다르죠. 
저는 개인적으로 비주얼 디자인은 손도 안댑니다. 주변에 정말 재능 있는 비주얼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제가 하는 일에 비주얼적인 디자인 요소가 필요하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지, 내가 머리 싸매고 노력하지 않아요. 
저는 그럴 에너지와 시간을 제가 좋아하는 전략과 연구에 투자합니다. 남들과 비교해서 제 강점은 어떤 문제들을 멀리서 보면서 이어낼 수 있는 능력이에요. 저는 한 가지의 표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그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다른 연관 있는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다른 많은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을 해주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성향파악하기" 입니다. 독자는 어떻게 특별한 디자이너인가요? 

 

3. 커리어를 쌓으면서 내 역할이 어떻게 바뀌었나? 

주니어 디자이너일때는 사실 주어진 업무를 하는데 급급했던 것 같아요. 일이 엄청 많았던 건 아니었고 주어진 업무가 끝나면 집에 가거나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때웠어요. 미팅에 들어가면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 같은 동료들 멘트를 혼자 해석하고 받아 적고 공부하느라 제대로 참여도 못했죠. 
역할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연차나 직급 차이보다는 제 역량이 커지면서 부터였던것 같아요. 내 업무가 아닌데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고, 그 문제들을 끄집어내서 프로젝트로 만들고 해결하면서부터 더 이상 '주어진' 업무만 하는 디자이너를 탈피하게 됐어요. 
현재는 팀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워크숍이나 브레인스토밍 미팅등에서 진행을 하면서 제품 디자인 전략 쪽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물론, 제가 맡은 프로젝트의 리서치와 디자인도 꾸준히 하고 있죠. 

 

4. 주니어 디자이너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물론 조직과 프로젝트의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주니어나 인턴 디자이너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발전 가능성과 다양한 배경이에요. 
저는 주니어 디자이너일때 말 그대로 기본 지식도 없이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뭐든 참관하려고 하고 어깨너머로 배우려고 하고 궁금한 건 다 물어봤어요. 학교를 다닌 것도, 부트캠프를 졸업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출근해서는 다른 디자이너들 따라다니며 공부하고, 퇴근 후에는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공부했어요. 디자이너를 얼추 흉내내기 까진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 당시에 멘토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그 분이 어느 날 "너는 잘 될 거야. 그냥 보여."라고 코멘트를 하시더라고요. 이것저것 허슬링(hustling)하는 모습 때문에 하신 말 같아요. 
이제 와서 여러 멘티들을 멘토링 하다 보니, 첫 만남에 포트폴리오나 작업물를 본 적도 없지만 "이 친구는 잘하겠네" 하고 감이 딱 오는 디자이너들이 있어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면 일단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뚜렷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위해 무언가 자꾸 해보는 모습들이 공통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본인이 하는 노력들이 질문에 묻어나 있죠.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멘토링을 해주면서도 제가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올해에는 일주일에 3시간으로 멘토링 서비스에 쏟는 시간을 제한하려 해요. 대신 한달에 한두 번은 제가 다른 멘토들을 찾아가 상담도 받고 대화도 나눠보려 합니다.

 

여러분도 온라인, 오프라인에 커리어 멘토들이 있으신가요? 커리어는 1-2년 단기로 하다 말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나아가기 위해서 고민 상담도 하고 간접 경험도 할 수 있는 멘토들과의 대화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며칠 전 부터는 멘티와 미팅을 할 때 그 친구들이 하는 질문이나 대화 내용을 메모하기 시작했어요. 차차 엮어서 글로 남기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콘텐츠가 될 것 같아서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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