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디자이너로서 일이 정말 바빠졌어요.
회사에 인턴들이 가을학기 인턴십을 시작했는데 그중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인턴 두 명을 멘토링 하게 됐어요. 현재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인턴들은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고 모든 인턴십 과정을 온라인으로 해요. 2주짜리 디자인 스프린트를 다른 UX 디자이너 멘토 세명과 엔지니어링 멘토 한 명과 함께 진행하는데, 세상에 우리 인턴들, 말발이며 사회생활 능력이 만랩이라 매 순간 감탄하며 멘토링하고 있어요.
다른 한편으론 제가 진행하던 프로젝트 리서치를 회사에 새로 들어온 담당 디자이너에게 인수인계 해주는데,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랴, 인더스트리 용어 배우랴, 프로젝트 익히랴, 정신없는 디자이너 담당 케어해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모은 자료 이것저것 알려주고, 누구에게 연락해서 어떤 부분을 알아야 하는지 알려주고, 주기적으로 만나서 잘 적응하고 있나 확인하고 있지요.
또 다른 한편으론 기존 팀을 떠나 새로운 팀에 들어가게 됬어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보이스 인터렉션(voice interaction; 음성인식) 제품 팀인데 한 3주쯤 전에 공석이 났다고 공지가 떠서 연락을 했어요. 현재 매니저에게 그 팀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물어보고 나서 그 팀의 매니저와 미팅을 한번 했는데, 그다음 날 바로 함께 일하자고 연락이 와서 짧은 고민 끝에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보이스 인터렉션 프로젝트, 경험이 없던 분야인데 너무 기대돼요.
어쨌든 팀을 옮기기로 했으니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넘겨야죠. 지금 새로운 디자이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수인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혼자 도맡아 디자인하던 프로젝트라 파일 정리 따위 하나도 안 했는데, 부랴부랴 폴더 정리하고 인사이트(insight; 지식, 정보라는 뜻) 문서화하고 다음 디자이너가 바로 픽업할 수 있도록 로드맵 정리까지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또 그새를 못참고 회사 밖에서도 일을 잔뜩 벌였습니다...
두 달 반쯤 전부터 제가 사는 오스틴 현지에 있는 주니어(신입) UX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멘토링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많게는 일주일에 2명, 적게는 2주에 한 명 꼴로 커리어 코칭, 이력서 코칭, 포트폴리오 피드백 등을 해주고 있습니다. 멘토링을 시작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내가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과 '그냥 한번 해볼까'가 가장 큰 계기인 거 같아요. 오스틴에서 시작한 멘토 멘티를 이어주는 스타트업 플랫폼을 어쩌다 발견했었거든요. 플랫폼이 있길래 별생각 없이 등록을 했는데 스케줄이 꾸준히 잡혀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달쯤 전에 제가 디자이너로서 배우고 알게 된 점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여기저기 플랫폼들을 기웃거리다가 한 커뮤니티를 알게 됐어요. 그 커뮤니티 Slack(온라인 메신저, 협업 툴) 그룹에 가입해서 눈팅만 하다가 최근에 운영자가 사람을 뽑는다는 글을 보고 연락을 해서 저번 주에 미팅을 했어요. 본론만 말하자면 커뮤니티에서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또 내년 가을을 목표로 UX 콘퍼런스(학회)를 기획하고 싶다는 말에 덜컥 내가 기획하겠다고 잡아버렸어요... 저는 왜 일을 사서 하는 걸까요.
어쨌든, 요새 제 흥미를 마구마구 돋는 일이 주니어 디자이너를 돕는 일이에요.
여러명의 디자이너를 멘토링 하다 보니 다른 분야에서 UX로 전향하길 원하거나 대학 졸업 후 UX 디자이너로 취업을 원하는 분들의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신입 디자이너 채용 공고에 "3년 이상의 직무경험" 따위의 말이 안 되는 조건. 이력서를 수십 군데 뿌렸는데 인터뷰조차 잡기 힘든 현실. 특히 미국에서 워킹비자가 없는 외국인 신분인 경우는 안 그래도 좁은 취업의 문이 더 좁아지죠.
여러분 각자의 강점도, 약점도, 흥미나 목표도 전부 다르겠지만, 제가 대부분의 신입 디자이너에게 해주는 조언들을 나눠보려 해요. 미국에서 취업을 원하는 분들을 향해 쓰는 글이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요.
미국에서 주니어 UX 디자이너로 취업하기
1. 네트워킹 팁: LinkedIn 프로필 등록하기
한국에서도 외국계 회사들과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LinkedIn을 이용해 리크루팅을 한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저도 한국지사에서 한국어로 리크루팅(recruiting; 해드헌팅, 스카우트와 비슷한 개념) 메일을 받아본 적 있고, 한국에서 일하는 제 친구도 코카콜라 한국지사에서 LinkedIn으로 리크루팅 연락이 와 이직에 성공했답니다.
요새는 LinkedIn, Indeed, Glassdoor, Hired 등 정말 많은 인력 매칭 플랫폼들이 있어요. 리크루터를 통해 회사에 내 이력서(레쥬메; resume)가 전달되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 않고 담당 리크루터(recruiter; 헤드헌터)가 읽어줄 확률이 확실히 올라가는 것 같아요.
또, LinkedIn 같은 플랫폼을 통해 하이어링 매니저(hiring manager; 팀원을 뽑고 있는 매니저, 내가 만약 뽑히면 내 매니저가 된다)가 직접 채용 공고 글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글을 보면 디엠(DM; 디렉트 메시지)으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내서 인맥을 쌓고, 내가 지금 잡마켓에서 어느 정도 인지 평가를 부탁할 수도 있어요.
미국에서 새로 직장을 옮길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부분이 인맥 쌓기예요. 여러 MeetUp, 콘퍼런스, 네트워킹 이벤트 등을 참석해 같은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맥을 다지는 일을 합니다. 신입 디자이너는 당연히 인더스트리에 있는 인맥이 얕겠죠.
얼굴에 강철판을 깔고 이미 시니어, 매니저, 디렉터 레벨에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연락하세요. 간단한 본인 소개와 내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한번 봐주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세요. 선뜻 도움을 주는 업계 선배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어요.
2. 레쥬메 팁: 내 경험 분석하기
레쥬메(이력서)에 쓸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한 장을 다 채우나, 고민이 많나요? 저도 2-3년차 까지는 정말 힘들게 이력서 한 장을 겨우 채웠어요. 보통 경력이 좀 쌓이면 이력서에 쓸 내용도 많고 이력서를 보는 사람들이 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는 안목이 생겨요. 하지만 처음 커리어를 시작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은 이력서 한 장 채우는 게 참 고된 작업이죠.
저는 멘토링 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공통적으로 'UX 디자이너로서 내 이야기'를 쓰라고 조언해요. 공식적으로 "UX 디자이너" 타이틀이 없었어서 본인이 했던 프로젝트, 과거 직업 중 UX 디자인 파트를 내세우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학교 숙제던, 부트캠프(Bootcamp) 프로젝트던, 아르바이트 경험이던 'UX 디자이너가 할 법한' 작업을 해본 적이 있나요? 그러면 당당히 "Work History"란에 적으셔도 됩니다. 혹시, 아직 뭔가 UX 디자인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력서에 "UX Projects"란을 따로 넣어봅시다. 그리고 지금 당장 본인이 자주 쓰고 좋아하는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분석하고 새로 디자인해보는 작업을 해봐요. 이 내용은 아래, "3. 포트폴리오 팁"에서 더 자세히 다룰게요.
자, 그동안 했던 UX 프로젝트들을 생각했다면, 구글에서 "UX designer resume"를 검색해보세요. 검색 결과 중 몇 개를 추려서 다른 경험 있는 디자이너들이 어떤 내용을 레쥬메에 적는지 살펴보세요. 제 구글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된 케이스 스터디 클럽 사이트에만도 잘 정리된 레쥬메가 많아요. 이제, 샘플 레쥬메를 분석하면서 해야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 공통된 키워드 찾기
- 공통된 내용 찾기
- 특이한 내용 체크하기
분석한 내용을 가지고 본인 경험을 설명하면 돼요. 내가 해본 경험이 있는 일들을 UX 단어들을 사용해서 설명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더 많은 UX와 관련된 경험들이 생각날 수도 있어요.
3. 포트폴리오 팁: 자주 쓰는 앱 새로 디자인해보기
포트폴리오는 꼭 내가 돈 받고 한 일이 아니어도 돼요. 학교에서 한 프로젝트, 친구와 협업한 프로젝트, 혼자 연습해본 리서치 등 프로젝트 사이즈나 경험의 규제 등이 없습니다.
포트폴리오 리서치도 레쥬메와 같아요. 구글에 "UX designer portfolio"를 검색해보세요. 케이스 스터디 클럽에 UX 포트폴리오만 모아놓은 칼럼도 있네요. 자,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아시겠나요?
- 공통된 키워드 찾기
- 공통된 내용 찾기
- 특이한 내용이나 디자인 체크하기
UX 포트폴리오는 보통 본인 소개, 레쥬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 사례 연구)로 구성되어 있어요. 케이스 스터디를 쓰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겁니다. 내가 했던 프로젝트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타깃 유저(사용자)들은 어땠으며, 어떤 식으로 모의 연구를 했고, 어떤 결정으로 디자인 결과가 어땠다-고 적는 건데, 정말 많은 프로젝트 자료와 프로젝트 분석이 필요해요. 케이스 스터디를 다루기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읽어보고 분석해보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UX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밥먹듯이 하게 되는 작업입니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떤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었고 그걸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치트키 같은 거죠. 하루에 1-3개씩 매일 다른 디자이너의 케이스 스터디를 공부해보세요. 2주 정도면 감이 잡힐 거고 한 달이면 눈감고 머릿속에 케이스 스터디 내용을 그려볼 수 있을 거예요.
3가지 항목이지만 사실 정말 할 일이 많을 거에요. 처음 자취를 시작해서 라면 하나 끓이려고 해도 냄비며, 그릇이며, 젓가락, 설거지를 위한 스펀지와 세제 등이 필요한 것처럼, 새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쉬울 리 없죠. 하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의 고유한 장점과 무기가 있고, 소셜 미디아 프로필 (LinkedIn 같은), 레쥬메, 포트폴리오 등을 통해 내 이야기를 전하고 나와 잘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어요. 처음 시작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는 내가 가진 장점이 뭔지 특기가 뭔지도 잘 모를 수 있어요.
위에 항목들을 준비하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잘 이해해보려고 해 보세요. 본인의 장점과 무기를 찾고 나면 그 내용을 소셜 미디아, 레쥬메, 포트폴리오로 잘 전달해서 나와 잘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퍼스널 브랜딩에 관해서도 한번 이야기해봐야겠네요.
다음 글에서는 경력직이 미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적어볼게요. 인터뷰에 대한 내용도 정리해봐야겠어요. 다음 글에서 봐요!
미국에서 UX 디자인을 하고,
일 벌이기 좋아해서 퇴근 후 늘 바쁩니다.
우리 함께 경제적 자유와 은퇴의 꿈에 다가가 보아요!
노마드 디자이너
'나는 디자이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조직에서 내 입지를 다지는 방법 (0) | 2021.10.08 |
---|---|
택사스 주립대 IT 인턴십 커리어페어(Career Fair) 후기 (0) | 2021.09.17 |
일 잘하는 디자이너의 업무보고서 (0) | 2021.09.03 |
회사에서 내 영향력을 넓히는 방법 (0) | 2021.08.17 |
기획하고 전략짜는 UX 디자이너의 하루 (0) | 2021.08.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