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디자이너로서 나의 삶
나는 디자이너

UX 디자이너는 뭐하는 사람일까?

by Nomad Designer 2021. 8. 14.

내가 하는 일이 뭐냐면...

 

아니 그러니까 너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뭔데?

 

UX 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하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주변에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할 때 답답한 경우가 있습니다.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역사도 얼마 되지 않았을뿐더러 하는 일의 경계가 애매해서 무엇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직업 중 하나입니다. 약간 액체 같다고 해야 하나요? 팀의 규모, 구성, 특징에 따라 하는 일이 천차만별로 달라져요.

 

저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내가 맡은 업무가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헷갈렸어요. 다른 사람 발등을 밟기도 하고 (step on someone's toes; 다른 사람 영역에 침범한다는 뜻) 내 역할을 다 채우지 않은 적도 있었죠. 디자이너를 꿈꾸시는 분들은 저처럼 우왕좌왕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크로스펑셔널 팀(cross functional team)에서 UX 디자이너의 역할을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로스펑셔널 팀은 보통 한 프로젝트를 하기 위한 필요한 각 파트 구성원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팀을 말합니다. 보통의 경우, 기획자/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디자이너, 개발자, QA (테스터) 등의 임무를 맡은 사람들을 모아 한 팀을 구성하죠. 다른 분야의 TFT(Task Force Team)과 비슷한 콘셉트입니다. 펀딩이 잘 되어 있거나 회사의 서포트와 기대가 크지 않은 이상, 각 팀에 디자이너는 단 한 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에 디자이너는 업무가 엄청 많죠.

 

잠깐 팀의 규모와 구성에 따라 디자이너가 맡게 되는 역할에 대해 설명해볼게요. 

 


 

크로스펑셔널 팀의 구성에 따른 UX 디자이너의 역할과 업무

1. 팀에 UX 디자이너, 인터페이스 디자이너(UI 디자이너), 사용자 경험 연구원(UX Researcher), 카피라이터(Copywriter)가 있는 경우

사실 이런 팀 구성은 참 드물죠. 디자인 에이전시나 정말 잘 펀딩 된 IT 기업중 간혹 디자인팀 역할을 이렇게 세분화한 경우가 있더라고요. 팀에 UI 디자이너(User Interface), 연구원, 그리고 카피라이터까지 있는 경우, UX 디자이너는 "중재자"와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획자(프로덕트 매니저)와 함께 프로젝트의 방향, 목표, 기간 등을 조절하고, 디자인 팀원들에게 업무를 배분, 디자인 결정을 도와주며, 의견 충돌이 있을 때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죠.

 

저는 2018년도에 힐튼에서 일할때 크로스펑셔널 팀에 저(UX), UI 디자이너, 연구원 2명, 카피라이터 2명, 접근성 분석가(Accessibility Analyst)로 구성된 디자인 팀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그때 제 역할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디자이너 인지 지휘자 인지...

 

사용자 경험 연구는 연구원을 도맡아 했죠. 어떤 연구가 필요하고 언제 연구할 것 인지, 기획자와 연구원과 함께 상의를 통해 결정하고 나면 연구원이 자세한 연구내용과 방법 등을 결정합니다. UX 디자이너는 연구원이 필요한 지원 등을 해줄 수 있는데, 보통 질문지 리뷰나 인터뷰에 참관해서 노트 테이킹 등을 돕게 되죠. 연구 결과를 연구원이 전달해주면, 그 내용을 반영해서 와이어 프레임을 만들고 UI 디자이너에게 전달합니다.

 

같은 디자이너이지만, 인터페이스 디자이너가 있기 때문에 직접 디자인을 만들고 수정하는 등의 업무는 잘 안 하게 되더라구요.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서 넘긴 이후에, 디자이너가 목업(mock up)을 만들었을 때 디자인에 관한 의견은 낼 수 있지만, 과한 디자인에 대한 참견이나 지적은 디자이너와의 갈등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물론, 프로젝트마다, 또 디자이너마다, 개인의 성향과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자주 대화를 통해 각자의 역할과 업무분담을 확실히 해 놓는 것이 중요해요. 보통 team norms/team agreement 등의 문서를 작성해서 누가 어떤 업무를 맡을 것 인지 기록해 놓죠. Team norms와 team agreement에 대한 내용은 정말 중요한데 기회가 되면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팀내에서 일을 어떻게 분업하고 정의할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은 팀워크를 쌓는데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개발하는 프로덕트(product)의 카피나 콘텐츠 등은 카피라이터와 협업합니다. 카피 작업량이 많고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는 와이어프레임 만들기 전, 혹은 만든 후 즉시 카피라이터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떤 톤 앤 메너(tone and manner)가 필요한지 등을 알려주고 작업을 맡깁니다. 그 후 인터페이스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가 함께 작업하며 UI 목업을 완성합니다. 

 

 

2. 팀에 프로덕트 디자이너(Product Designer), 연구원(UX Researcher), 카피라이터가 있는 경우

1번의 경우에서 UI 디자이너가 빠진 형태의 팀 구성입니다. 연구원과 카피라이터와의 협업과 업무 분할은 위의 경우에서 다룬 것과 동일합니다. 제가 속했던 대부분의 미국 대기업들이 이 팀의 구성을 따르고 있어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인터렉션(interaction),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까지 모두 담당하죠. 직접 기획, 프로젝트 범위 설정, 와이어프레임, 목업, 콤프(comp, comprehensive layout)까지 작업해서 개발팀에 넘기는, 개발 사이클(development cycle)에서의 디자인 부분을 도맡아 하는 것이죠.

 

디자인 문화가 잘 자리 잡아 있는 기업들은 보통 디자인 시스템(design system)과 디자인 라이브러리(design library)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혹은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시키는데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죠. 이는 디자이너의 작업에 상당한 시간 절약이 됩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엘리먼트(element, 요소)와 컴포넌트(component, 부품)를 끌어다 쓸 수 있기 때문에 UI 디자인 업무에서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3. 팀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만 있는 경우

모든걸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모든 일을 하기에 내 몸이 세개여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모든 크리에이티브(creative) 일을 하는 구성은 작은 회사나 스타트업(startup)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에서 디자인에 큰 관심이 없거나, 디자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전 빌드업(build-up)하는 단계로 진짜 모 아니면 도의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발전 가능성이나 회사의 서포트도 없이 뼈 빠지게 일만 하게 되는 환경이거나, 내가 모든 디자인 프로세스의 기초를 다지고 디자인 팀을 키우고 꾸려서 리더의 자리로 갈 수 있는 환경인 거죠. 두 경우 모두 내가 맡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굉장히 많지만, 그만큼 배우는 양과 속도도 빠를 수 있습니다. 

 

가끔 IT 부서나 디자인 부서가 아닌 마케팅 부서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뽑기도 하는데요, 구인광고에 보면 "디자인도 하고 리서치도 하는 사람을 구한다"라고 주로 표기합니다. 그리고 한 명이 도맡아 모든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주로 경력이 5년 이상 되는 시니어 디자이너를 뽑으려고 하죠. 팀에 연구원이 없는데 카피라이터가 있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습니다.

 

이런 팀 구성에서 디자이너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팀과 업무량 협상을 잘하는 능력입니다. 이런 기업에서는 디자인 문화가 잘 자리 잡아 있는 경우가 무척 드물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일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기도 하죠. 오전에 디자인 업무를 맡기고 오후까지 완성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디자인이 완성되고 팀의 동의를 받으면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넘길 티켓을 작성하게 됩니다. 팀의 구성이 어떻든 간에 그 티켓의 requirement 혹은 acceptance criteria는 개발자에게 넘기기 전 반드시 디자이너가 확인하고 필요시 수정하도록 합니다. 디자인 결정의 이유, 인터랙션의 뉘앙스 등을 티켓에 최대한 설명하는 게 좋은데요, 왜냐하면 개발자들이 티켓을 받아서 개발에 들어갈 때 디자이너가 의도한 바를 알고 코딩하는 것과 모르고 코딩하는 것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죠. 또한, 개발이 끝나고 디자이너가 잘못된 점을 찾아서 코드를 수정하는 것보다 애초에 많은 정보를 가지고 제대로 개발하는 것이 시간을 더 줄여주기도 하고요. 개발이 끝나고 릴리즈(release)가 될 때까지 UX 디자이너는 "지휘자"로서 디자인이 제대로 실현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가면을 돌려 써요.

 

UX 디자이너는 굉장히 포괄적인 직책이에요. 내가 일하는 팀과 프로젝트의 구성과 배경에 따라 내가 해야 하는 일도 천차만별로 달라지게 됩니다. 그렇기에 미국 취업 마켓에서는 한 회사에서 쭉 몸담은 인재보다, 여러 회사와 프로젝트를 돌아다니며 경력을 쌓은 인재를 보편적으로 더 선호하죠. 여러 경험을 한 만큼 다양한 직책과 롤(role)을 수행한 경험을 높이 쳐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재가 우리 회사에서 더 빨리 자리 잡고 성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만약 외국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내가 경험한 팀의 구성과 나의 롤(role)을 이력서(resume)나 인터뷰에서 이야기해보세요. 어떤 팀 환경에서 내가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 또 그 경험이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서술할 때, 우리의 이력은 이력서에 적힌 한 줄의 경력이 아닌, 예전의 나를 업그레이드시켜 지금의 나를 만든 배경이 됩니다. 

 


 

미국에서 UX 디자인을 하고,

일 벌이기 좋아해서 퇴근 후 늘 바쁩니다. 

우리 함께 경제적 자유와 은퇴의 꿈에 다가가 보아요!

 

노마드 디자이너

 

댓글